"저는 일본에 거주하면서도 우리 이름과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재일동포로 태어났기 때문에 뿌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민족적, 사회적 소수자의 시점을 가지고 여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정든 우리학교가 일본 고교무상화제도에서 제외되고, 작년 10월부터는 우리 유치원도 무상화제도에서 제외되어 확실하게 일본 사회에서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깊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여 노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일본 도쿄조선중고급학교 고급부를 졸업하고 세이센여자대학 문학부 지구시민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리윤령 학생의 목소리는 나즈막했지만 분명하고 단단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는 지난 수년간 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해, 특히 고교 수업료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만 제외한 2010년 초부터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재판투쟁과 항의시위에 나섰던 재일동포와 조선학교 학생, 양심적 일본인이 참가한 가운데 '조선학교(우리학교)지키기 한일공동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청년위원회와 국제위원회,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총간사 김성제 목사) 동아시아의화해와 평화위원회, 그리고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가 힘을 합쳐 자리를 마련했다. 리윤령 학생은 '재일동포로서의 삶과 마음'이라는 발표를 통해 "매주 금요일 무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문부과학성 앞에서 우리의 배울 권리를 위해서 소리를 지르며 함께 싸우는 분들이 있습니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 재일동포들을 오해하고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며, 그보다 지원해주시는 사람들이 더 많고, 실상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모르거나 알더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세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재일동포의 민족교육을 적대시해 왔다. 1952년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일에 맞춰 재일동포들의 일본 국적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면서 동포들이 끝까지 지키려 한 조선학교는 일본 학교교육법이 규정한 학교가 아니라 '각종학교'라는 법적 지위로 존속시켰다. 2010년부터 일본 고등학교의 학비를 무상화하는 제도를 실시했지만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추가심사를 명목으로 보류했고 2012년 아베 2차 내각이 들어서면서 조선학교만 무상화제도에서 배제했다. 조선학교 학생, 학부모와 일본의 양심있는 시민들은 이같은 민족차별에 반대해 도쿄의 문부과학성 앞, 오사카 등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성제 목사는 "아베 정권은 북한을 눈에 안 보이는 '적대국'으로, 조선학교를 북한과 정치적으로 연결된 기관이라고 강조하면서 눈에 보이는 '적'으로 만들어 일본 국민들에게 차별의식을 선동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본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이 보장하고 있는 민족교육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민족성과 우리말, 역사를 끝까지 지켜 아이들이 일본땅에서 창조적인 디아스포라, 코리안 마이너리티가 됨으로써 일본 내 민족 소수자들의 생명과 인권, 평화를 대변하고 한반도와 일본사이에서 화해와 평화의 가교 역할을 감당하는 삶을 살도록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라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한국 교회에서 조선학교 학생과 관계자들을 초청해 심포지엄이나 기도회를 마련하고, NCCK와 NCCJ가 함께 '조선학교·재일동포 민족교육후원기금'을 만들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사노 미치오 고도모 교육 호센대학교 교수는 '조선학교 탄압의 역사' 주제의 발제에서 "고교무상화 이후 조선학교를 배제한 10년간 취학 지원금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조선학교에 소액 지출하던 보조금도 중단되었으며, 국교정상화도 되지 않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비난과 '혐한' 분위기가 놀라울 정도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조선학교에 대한 고교무상화 적용운동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2013년 1월부터는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에서 조선학교 고등학생과 학교 법인이 원고가 되어 '무상화' 재판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일본내에서 진행중인 조선학교 지키기 운동의 현황을 소개했다. 도쿄조선고교 '고교무상화'소송 변호인단의 일원인 이토우 아사히타로우 변호사는 대법원 3심까지 패소한 도쿄와 오사카, 대법원 심리가 진행중인 나고야, 고등법원 심리가 진행중인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 현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일본의 고교무상화법은 공립 고등학교는 학비를 무상화하고 사립 고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아닌 전수학교 고등과정의 경우에는 학생에게 취학지원금을 주는 제도이다. 조선고급학교는 조리학교, 자동차학교 등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일본 학교교육법상의 '각종학교'로 분류되어 학비 무상화나 취학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과 일본의 교원면허, 일본의 검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 학교교육법상 '고등학교'가 아니고, 수업연한 1년 이상, 문부과학대신이 정한 수업시수 이상 등 '전수학교'에 필요한 조건은 충족하지만 일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제외한다는 명문 규정 때문에 '전수학교'도 아니다. 이토우 변호사는 도쿄조선고급학교를 운영하는 도쿄조선학원이 고교무상화법에 따른 지급대상 외국인학교로 지정을 신청한데 대해 문부과학대신이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사건을 빌미로 심사수속을 일단 중단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2012년 12월 28일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대신이 기자회견을 통해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는 점, 조선총련과 밀접한 고나계에 있고, 교육내용과 인사, 재정에 그 영향이 미치고 있는 점 등으로 현 시점에서 지정하는 것은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해 부지정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오사카 지방법원이 '개별적·구체적 처분이나 그 이유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외교적 이유에 의한 판단'이라고 판결한 내용을 소개했다. 오사카 지방법원은 조선학교 무상화 재판 중 유일하게 원고에 승소판결을 내린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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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독교, '조선학교 지키기 공동심포지엄' 개최...'민족교육후원기금' 운영 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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