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다는 것은

2024-01-29     미디어기평 기자

잊혀진다는 것은
김종수

잊혀진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존재를 잊는다는 것은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만이 아니며
자연스러운 일도 아니다. 

처음부터 잊혀지기를 바랐던, 
처음부터 지워지기를 바랐던,
그래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도록 했던
아니 이름을 밝히는 것조차 죄악시했던
사악한 존재들에 의한 강요된 망각을 
그들만의 문제의식으로 순응했기 때문이다.

잊혀진다는 것은 서러운 일이다.
그것도 강제로 잊혀지게 하는 것은 
수없이 반복되는 죽임의 연장이다. 
이제 다시 잊혀진 존재를 찾아내려 한다.

추도비에 새겨진 이름을 찾고,
사료의 무덤 속에 남은 이름을 발굴하고,
숱한 이름들과 학살현장을 연결하며,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긴 틀린 이름들을 맞추며
그가 사라진 현장의 증언들 속에서 
그들이 당해야 했던 아픔의 충격을
이제서라도 어렴풋이 찾아내어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느껴보려 한다.

저들이 잊혀짐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나의 죽음이요,
저들을 기억함은
서서히 되살아나는 잊혀진 존재의 부활이다.

군마현 숲에 있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의 비'